'디플레이션'이란? (물가가 내려가면 좋은 거 아닌가요? feat.스태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2020. 6. 4. 16:32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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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지수 등락률 추이 (통계청 자료)

 

 

스타벅스 아이스아메리카노 tall 사이즈 한 잔 가격이 4,100원입니다. 다음 달 부터 3,900원이 된다면 어떨까요? 그 다음 달엔 3,500원이 되고, 그 다음 달엔 2,900원이 되는 겁니다. 재화나 서비스의 질은 달라지지 않는데, 가격이 계속 내려가면 정말 좋을 것 같지 않나요?

이번엔 좀 비싼 물건에 대해 가정해 봅시다. 내가 20년을 뼈를 갈아서 모은 현금 자산이 2억원 정도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내가 사고 싶은 아파트가 있는데, 현재 가격은 5억 5천만원 입니다. 아파트 담보 대출은 3억정도 받을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자산 2억원과 아파트 담보대출 3억을 합하면 총 5억원인데, 이 아파트가 5천만원만 더 떨어지면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가 작년 이맘 때 쯤은 6억 5천만원 이었는데, 올 해 초에 6억원으로 떨어졌고, 6억으로 떨어진지 2달만에 다시 5억 5천만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아마 이번 달 중에는 급매로 5억원 아파트도 나올 것 같습니다. 지금 추세라면 연말에는 4억 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고, 신축 아파트 공급 물량이 대량으로 풀리는 내년에는 가격이 더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달에 5억원에 급매로 나오는 아파트를 구매하시겠습니까?

 

 

2020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 (자료 : 통계청)

 

 

사상 두 번째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너무너무 신기하지요? 장바구니 물가, 보험료, 세금 등 안 오른 게 없는데 소비자 물가가 하락했다구요?
일단, 이번 소비자물가 하락은 '기름값' 하락의 영향이 큽니다. 위 이미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공업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다 올랐는데, 공업부분에서만 물가가 2%정도 떨어졌고, 공업제품 중에서도 휘발유/경유만 내리고 나머지는 다 올랐습니다.
체감 물가가 올라가는 건 당연합니다. 오너 드라이버가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고, 직접 기름값을 내는 오너 드라이버라도 자주 접하는 물가는 오르고 일주일에 한번, 혹은 그보다 긴 주기로 한 번 정도 기름을 넣는 분들이라면 가끔씩 '요즘 기름값 싸네?' 정도로 인식하지, 전체적으로 물가가 내렸다고 느끼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디플레이션 설명하려다 사족이 길어졌네요. 

일단 인플레이션은 너무 잘 아실겁니다. 물가가 오르는 겁니다. 물건 값이 비싸지는 거죠. 당연히 안 좋습니다.

물가가 내려가는 상황은 어떨까요?

첫 번째 예로 말씀드린 스타벅스 커피값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현실적으로 판매가가 낮아져서 마진이 줄어든 스타벅스가 동일한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을까요? 가격이 낮아져서 손님 유입이 늘면 직원을 더 고용해야 하는데, 마진율이 낮아진 상황에서 쉽게 직원들 더 고용할 수 있을까요? 마진율이 낮아져서 되려 직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까요?
직원이 줄어든다는 의미를 확대해보면 실업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이고, 실업률이 높아지면 사회 전체의 구매력이 낮아져서 경기는 더욱 침체됩니다.

두 번째로 예를 든, 아파트(부동산) 가격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현금자산 2억 + 대출 3억으로 5억원에 아파트를 구매했는 데, 당장 다음 달에 내가 산 아파트 시세가 4억 5천만원으로 떨어진다면 투자자든 실수요자든 피하고 싶은 상황이 연출 되는 겁니다. 누구라도 떨어지는 추세에서 아파트를 사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당연히 돈이 돌지 않죠. 기존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도 자산 가격 하락에 따라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겠죠.

사회 전반에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어떤 기업도 투자하지 않고 현금만 가지고 있으려 할겁니다. 현금만 가지고 있어도 내가 살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지는 상황이니깐요. 반대로 기업이 투자하고 사업을 확장해도 기업이 팔고자 하는 재화의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투자하는 의미가 없겠죠.
기업이 투자하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는 일자리가 더이상 늘지 않는다는 말과 같습니다. 또 실업률이 올라가겠죠. 또 돈이 안 돌고, 돈의 가치는 계속 올라갑니다. 물건 값은 계속 내려가고요.

디플레이션은 탈출하기 매우 어렵고, 기간도 인플레이션에 비해 굉장히 깁니다. 극단적인 디플레이션 사례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입니다. 아베노믹스로 돈을 뿌려대도 이게 디플레이션을 다 극복한건지, 국가 부채비율은 어떻게 되는건지 당장 판단할 근거가 없습니다.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지만 비로소 디플레이션이 끝났구나! 하고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말 그대로 디플레이션은 '늪'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nation + inflation)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침체되는 겁니다. 디플레이션의 반대개념인 인플레이션 상황이면 당연히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거니까, 기업들은 돈을 들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투자해서 새로운 재화를 시장에 공급하고, 일자리는 창출되고, 경기는 살아나고.... 이렇게 되어야 되는 거 아닌가? 싶으시겠지만, 경제라는 게 참 쉽지가 않습니다. 
모든 상황은 똑 같은데, 석유값만 오른다고 생각해 봅시다. 석유라는 게 사람의 피와 같아서 산업에서 석유가격이 급등하면 초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되고, 그러면서도 소비심리는 위축되어 경기는 쪼그라들게 됩니다.
산업 생산성은 올라가지 않는데, 임금만 올라가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임금이 올라가면 기업은 제품 가격에 임금 인상률을 반영할 테니까 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겁니다.

경제라는게 참 어렵습니다. 과해서도 안 되고, 부족해서도 안 되죠. 적정선을 유지하기 위해서 부단히 정책을 적용하고 또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되는거죠.
뉴스에 디플레 얘기가 나올 때 마다 깜짝 놀라곤 합니다. 해외여행을 제주도 가듯이 쉽게 가고, 길거리에는 수입차들이 즐비하고, 최신형 핸드폰도 곧 잘 바꿀 수 있는 것도 나라의 경제가 튼튼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절을 그리워하게 될 날이 올까봐 무섭네요.

오늘 포스팅은 여기까지 입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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